채상병 특검법 여야 합의해야 상정하겠다는 김진표
국민적 합의와 요구, 총선 민의는 보이지 않는 듯
국회 무시 대통령에 국회 권능 보여줘야 할 이의 자해
언론은 중립 의무 지키는 국회의장으로 응원 보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지 여부가 김진표 국회의장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핵심 쟁점인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여야 합의’를 상정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특검법 상정은 없으며 자신은 4일부터로 예정된 해외 출장을 나가겠다는 것이다. 오는 18일에야 돌아오는 2주간의 장기 출장이어서 김 의장이 사회권을 넘겨주지 않은 채 해외로 나가버리면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간의 합의 이전에 총선 결과로 확인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합의,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을 밝혀내야 할 긴급한 요구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김진표 의장의 '국회의장 중립' 주장은 국회의장으로서 스스로 국회의 권능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김 의장은 본회의 상정의 전제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것을 국회의 협치이며 여야 간의 정치로 보는 듯하지만 김 의장의 그 같은 태도야말로 사실상 '정치'에 대한 거부다. 국회에서 결의된 법률안에 대해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와 '정치’를 무시하는 대통령에 대해 보여줘야 할 국회 권능의 회복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 9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국회 무시, 국회 거부에 대해 국회를 대표해 입장 표명 한 번 없었던 김 의장은 2년간의 의장 임기의 마지막 순간에까지 국회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김진표 의장의 행태는 언론으로부터 응원에 힘입어 더욱 조장되고 있다. 언론은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면서 김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과 중재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식으로 김 의장을 성원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거부하는 김진표 의장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에 대해서만 비판적으로 상세히 보도할 뿐이다.
특히 1일에 나온 박지원 당선자의 욕설과 민주당 의원들의 김 의장에 대한 압박 성명에 대해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2일 이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박지원 당선자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에서 “(특검법을) 의장이 직권 상정하지 않고 해외에 나간다. 개 XX”라고까지 한 것을 지적하면서 “입법 폭주에 동조하지 않으면 민주당 출신 입법부 수장도 바로 동네북 취급한다”라고 쓰고 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 발언을 인용하면서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겁박하는 문화가 민주당의 관행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라고 비판한다.
박지원 당선자가 “방송이 나가는 줄 몰랐다, 욕은 사과한다”라고 했음에도 욕설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왜 욕설이 나오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필사적으로 순방을 저지할 것이라고 성명을 낸 것을 규탄할 뿐 올해 들어서 매달 8~10일간씩 해외 순방을 하고 있는 김 의장의 5월 남미 순방이 국민적 요구가 높은 법안 처리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 살펴볼 생각은 없다.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을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이뤄낸 상당한 성과지만 채 상병 특검법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만큼이나, 오히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일 수 있다. 채 상병 순직에 대한 수사 외압 사건은 현재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채상병 특검법을 지난해 10월 6일 야당들이 합의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도 무엇보다 수사 외압과 방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법안의 이름처럼 ‘수사 방해’와 ‘사건 은폐’가 계속 벌어지고 있기에 이름 그대로 신속한(패스트) 처리가 필요한 사안인 것이다.
김진표 의장은 여야 합의를 요구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나 여야 대화가 전혀 없었던 가운데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호주 대사로 임명돼 해외로 출국하는 등 기상천외한 일들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여당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수사가 진행되는데, 일방적으로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2일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수처 수사는 수장인 처장의 장기 공석 상태에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새로운 의혹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의혹의 요점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권력이 개입해 있는 권력형 사건이라는 것이다. 수사 방해와 진상 은폐를 방치할수록 사건의 진상은 규명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들이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이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국회 재의결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회로부터 법안을 송부받은 뒤 15일 이내에 해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2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야만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을 22대 국회 개원(30일) 전에 할 수 있다. 이 중대한 시기에 김 의장은 월례행사처럼 되고 있는 '외유성' 해외 순방을 위해 의장석을 비우겠다는 것이다.
1일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특별법은 그 통과에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뒤늦은 것이었다. 참사 1년 7개월 만에야, 그것도 쪼그라든 내용으로 통과된 것이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하다가는 그와 유사한 길을 밟을 수 있다. 이태원 특별법의 표류가 채상병 특검법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표류를 막도록 해 줘야 할 이가 국회의장이지만 김진표 의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여야 합의만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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