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친 이호 사진작가님 관련된 기사가 있어 기쁜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출처:민들레)
[촛불 일꾼 ④] "어느덧 촛불전속" 사진작가 이호
30년 강단 오른 교육자에서 사진작가로
"사람들 표정이 좋아" 촛불집회 10만 번 이상 찰칵
"이름 없는 시민들, 역사에 남기고 싶어"
"사진 찍히려면? 무대 근처, 튀는 옷, 튀는 행동"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 전속 사진작가로 불리는 이호 작가는 매주 촛불대행진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그가 누른 셔터는 촛불의 기록이자 역사다. 매주 촛불대행진에서 약 3000번, 많을 때는 5000번의 셔터를 누른다고 한다. 35차례 이뤄진 촛불대행진만 따져도 10만 번 이상 셔터를 누른 셈이다.
이 작가의 원래 직업은 사진작가가 아니었다. 영어를 전공한 그는 인천지방법원에서 법정 통역을 하고, 인천대 초빙교수로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강단에서 내려온 뒤로는 15년째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은 계기도 인천대 교수 시절 토익 책을 만들면서부터였다.
"토익 책을 만들 때 토익 파트 1(Part 1. 사진을 보고 해당하는 답을 고르는 듣기 평가 과목)을 보면 사진이 나오는데, 사진을 사서 쓰려고 하니 너무 비싼 거예요. 그래서 카메라를 사서 본격적으로 찍게 된 것 같아요."
사진이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이 작가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2019년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등 역사에 기록될 장소들을 찾아가 누가 보지 않더라도 셔터를 눌렀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서다.
이 작가는 특히 인물사진을 좋아한다고 한다. 인물 사진에는 저마다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물사진 표정이나 뒷모습을 좋아해요. 사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의 뒷이야기는 독자들 몫이잖아요. 그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사진을 찍어주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2020년 4·15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알려지게 됐고, 박주민 의원 당대표 경선 캠프, 김용민 의원 최고위원 경선 캠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대선경선 캠프 등에서 전속작가를 맡기도 했다.
캠프에서 정치인의 사진을 찍을 때도 그만의 시각이 담긴 인물 사진을 주로 작업했다. "의원들 사진을 찍을 때도 정형화된 사진 말고 도대체 뭐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지금도 찍을 때는 그렇게 찍고 있고요."
다시 촛불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라고 한다.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외부 활동이 잦았던 이 작가는 부인에 대한 미안함에 경복궁으로 데이트를 나갔다가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촛불행동 공동상임대표인 김민웅 교수를 만나게 된다.
"데이트를 갔는데 거기서 행진 중인 김민웅 교수님을 만났어요. 교수님이 '오늘 나 발표를 하니 사진 하나만 찍어주고 가지 않을래'라고 하셔서, 거기서 엮였어요(웃음). 그래서 다음 주에 또 행진을 하니 나가고, 또 나가고, 그때부터 나가다 보니까 여태까지 왔어요."
물론 생업과 사진을 병행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어려운 시기에 "촛불이 나를 살려줬다"라고 말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11월엔 민주당 의원들의 발자취를 모아 첫 사진전을 열었다.
전시회를 열 당시 '바이든, 날리면' 논란이 한창이라 이를 착안해 사진전 이름은 한자 '다를 이(異), 빛 색(色), 아름다울 휘(徽)'를 조합해 '다른 색깔로 빛난다'는 의미에서 '이색휘'전으로 지었다. 촛불 작가다운 발상이다.
이 작가는 7~8년 전 받은 수술로 인해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 움직이지만 "셔터를 누르는 데 이상이 없다"면서 "장애인이 되다 보니까 지하철이 공짜다. 그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말한다. "현장 가면 안 아픈 거 있잖아요. 촛불에 나오면 안 아파요"라고 한다.
그는 누구보다 집회 현장에 익숙하지만, 지금도 촛불대행진 3~4시간 전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한다. 통상 오후 8시쯤 집회가 끝나니 순수 셔터를 누르는 시간만 8시간은 족히 된다. 자택이 있는 부평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앉아 사진까지 편집하니 어림잡아 10시간은 사진 작업을 하는 셈이다.
'가족들은 응원해 주시나요?'라는 기자의 걱정 어린 질문에 이 작가는 "저희 가족은 저 안 나가면 때려요"라고 답했다. "집사람이 특히 그러는데, 여태까지 해온 게 있는데 안 나가면 안 된다. 기왕 한 거 끝까지 하라고 하죠."
주말이 다가오면 오히려 그의 고민은 깊어진다. "토요일 행사니까 목요일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해요. 왜냐하면 지난주 앵글로 또 찍으면 비슷한 사진이 돼 버리니까. 어느 날은 하이 앵글, 어느 날은 로우 앵글로 바꿔보고 렌즈도 바꿔보고, 하다 보면 바닥에 눕기도 하고."
그는 "시민들이 사진을 보면서 지루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개인을 남겨주는 것도 좋지만 그 모습이 다 똑같으면 사람만 바뀐 게 되니까,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서 자꾸 고민을 많이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이호 작가 사진에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팁을 묻자, 웃으며 3가지를 조언했다. "1번, 무대 근처에 앉는다. 2번, 옷 색깔이 특이하다. 옷 색깔이 특이하면 반드시 찍혀요. 그리고 3번, 행동을 반대로 한다. 사람들이 앉아있으면 서 있고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진이 많다 보니 그가 사진을 공유하는 개인 페이스북에는 연일 사람들이 몰려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사진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그야말로 '촛불 인플루언서'다. 최근엔 촛불 무대에 올라 직접 시민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런 주변의 평가에 손을 내저었다. "저도 참여 자니까 그냥 같이 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 저 말고도 사실은 사진 찍는 분이 굉장히 많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좀 유명해져서 죄송하다"며 다른 작가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이 작가는 대학 강단에서 내려온 뒤인 2009년부터 15년 동안 운영한 영어 학원을 이달 정리할 계획이다. 사진을 전업으로 할 것인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하지만 "30년 정도 강의를 했는데 4월에 이제 강의를 또 접게 돼서 한편으로는 좀 쓸쓸하다"면서도 벌써 여러 작업들을 구상 중이다.
그는 영어와 사진이라는 두 가지 특기를 살려 '촛불의 나라(가칭)'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가는 "외국 사람들도 촛불에 관심이 많다"며 "전공을 살려서 한쪽은 한글, 한쪽은 영어로 한영 합본으로 쓰려고 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밤을 새우고 있다"라고 했다.
4월 19일 정식 개국하는 <촛불행동 TV>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얼마 전부터 본인의 유튜브 채널 <이호 TV>에 뒤풀이 코너를 열고, 촛불대행진에서 찍은 사진과 관련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시민들과 나눠왔다.
그는 오늘도 기꺼이 시민 속에 뛰어들어 간다.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이름이 있으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은 모르시잖아요. 그 밖의 많은 분들을 남겨드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무대 주변에도 많이 있지만 자꾸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가요. 그 밖의 많은 사람들로 안 남기려고요."
다만 촛불에 누구보다 열성적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는 "박근혜 탄핵, 조국 집회 다음에는 안 찍을 줄 알았다"며 "왜 계속해서 (거리로) 나와야 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찍는 사진이 민주화 운동 '마지막 사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쁘게 찍고 있다"라고 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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