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시사

정진상, 기소 4개월반 만에 석방…법조계 "검찰의 완패"

by 꿀딴 2023. 4. 23.
728x90
반응형

정진상, 기소 4개월 반 만에 석방… 법조계 "검찰의 완패"

 

[민들레 사랑방] 정진상 조기 보석의 의미
불과 3차례 공판 이후 보석 허용은 이례적
검 "중형 대상 범죄"… 필사적인 불허 요청
보석 가장 큰 이유 된 '산더미 같은 수사 기록'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이 정도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어디 아픈 것도 아닌데 4개월 반 만에 보석되는 것 보신 적 있으신가요?”

<민들레>의 취재에 응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보석 허가의 의미를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것이죠.  특히 이 사건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례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진상 전 실장은 지난 12월 9일 구속기소된 후, 구속 만료 시한인 6월 9일을 한 달 반이나 앞둔 21일 보석이 허용되어 석방됐습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단은 보석 신청과 심리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만 56권에 4만 쪽이 넘어 계속 수감 상태에 있게 되면 변호인들은 4만 쪽 기록을 구치소로 들고 갈 수도 없고, 정 전 실장과 상의할 수도 없게 된다”며 시종 '방어권'을 강조해 왔고, 21일 정 전 실장이 석방된 직후에도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법조인들은 "변호인단이 재판부를 생각해 말을 아끼는 것일 뿐, 정 전 실장의 조기 보석은 변호인단의 완승이고 검찰의 완패”라고 평가했습니다. 어떤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 사건은 뭔가 이상한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단은 준비기일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은 기소 자체가 부당하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조기 보석을 요구해 왔습니다. 



불과 3차례 공판 이후 보석 허용 이례적


재판의 진행 상황을 보면 정 전 실장의 보석이 조금 더 이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재판은 4월 11일 첫 공판을 가진 후 겨우 세 차례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1차와 2차 공판은 양측의 모두 진술에 이어 검찰의 서증조사가 이뤄졌고 지난 18일 3차 공판에서 첫 번째 증인인 유동규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그것도 검찰의 주신문만 있었고 변호인 반대신문은 5월 이후에 있을 예정입니다. 재판이 아직 극히 초기의 단계에 있는데도 보석이 허용된 것입니다. 

더구나 검찰은 기소 단계에서 '뇌물 1억'을 추가로 기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소 후 6개월'의 구속 기간이 만료돼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있었습니다. 검찰의 추가 기소 자체가 구속 연장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합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서는 구속 기간을 1년까지 늘릴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2차 공판이었던 지난 14일 공판에서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높은 사건의 특성과 관련자 간의 소통 가능성을 감안해서 보석을 허용하더라도 강력한 조건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력한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이미 보석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은 피고인을 의심해서라기보다 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판사와 보석 불허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검찰의 입장을 배려한 '립서비스'의 성격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의 말대로 정 전 실장의 보석에는 여러 가지 '강력한 조건'이 부과되어 있습니다.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5000만 원 ▲공범 혹은 참고인을 포함한 사건 관계인들과의 통화·문자와 SNS 연락, 제 3자를 통한 소통 금지 ▲실시간 위치 추적을 위한 전자발찌 부착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외형상으로는 뭔가 굉장히 많고 엄청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보석의 '기본 조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전자발찌'는 기본이고, 관계인들과의 소통 금지도 당연한 것이며, 보증금 5000만 원도 기본에 가깝습니다. 재판부가 정말로 증거 인멸과 관계자 간 소통을 우려했다면 이동 반경을 주거지로 제한하고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 수도 있었습니다. 

 

검 "중형 대상 범죄”…필사적인 불허 요청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보석 불허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검찰은 지난 14일 공판에서 보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는 재판부의 요청에 ▲피고인에 대한 구속 영장은 구속 이유가 있어 발부된 것이고 ▲구속적부심도 기각됐으며 ▲피고의 혐의인 뇌물죄는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는 범죄이고 ▲김만배와 접촉한 정황이 파악되고 있고 야권 중진 정치인이 비공개 면담을 통해 알리바이 구성을 종용하는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으며 ▲범죄가 중대한데도 반성이 없어 도주의 우려가 크고 ▲시장 비서실 CCTV가 가짜임이 명백한데도 허위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구속 이후 1억의 범죄가 추가로 확인되어 추가 구속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도 있고 ▲다른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불구속 기소한 것일 뿐 해당 범죄만으로도 구속이 가능한 범죄라는 등 온갖 이유를 다 끌어다 대며 보석 불허를 요청했습니다. 

이미 제출된 의견서를 요약해 낭독한 것이었지만,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젊은 검사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비장함이 묻어났습니다. 원래 검사들이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나, 공판 모두 진술과 최후 변론 등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할 때는 피고인이 정말 천하에 몹쓸 사람인 것처럼 사뭇 비분강개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선고에 대한 것도 아니고 고작 보석 여부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는 것에 그토록 절박하고 비장한 자세를 취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었습니다. 

변호인들은 이 모습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검사의 의견 제시가 끝나자 변호인은 "검사 의견을 듣고 있다 보니 여전히 구속을 처벌과 응징의 수단으로 여기는 검찰의 태도가 느껴져 안타깝다”는 말로 의견 진술을 시작했습니다. 



보석 가장 큰 이유 된 '산더미같은 수사기록'


변호인은 "수사의 목적 상 구속이 필요할 수는 있으나 재판에 들어오면 피고인은 대등한 위치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틀간 이뤄진 서증에서 보듯이 피고인은 압도적인 수사 서류에 갇혀 이들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피고인의 양다리와 양팔을 묶어 피고인을 또 하나의 감옥에 가두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변호인단은 기소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은 유동규와 남욱 등이 대장동과 위례 개발 사업 등에서 했던 행위들에 정진상의 이름을 한 줄 얹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이 사업 과정에서 처리된 공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많은 공문들이 생산되고 결재되는 모든 과정에 정진상 전 실장이 개입했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동규, 남욱, 김만배 등에 대한 검찰과 대장동 재판에서의 진술 조서 등이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많은지 그 목록을 재판정에서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산더미와 같은 공문과 수사서류들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 내용도 없이 분량만 잔뜩 늘려서 리포트를 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내용으로 안 되니 양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냥 듣기만 해서는 도대체 몇백 건인지 몇천 건인지도 알 수 없는 '엄청난 수사기록'은 보석 허용의 가장 큰 이유가 됐습니다. 검찰이 제 발등을 찍은 것입니다. 재판장이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최소한 외형적으로 '강력한 조건'들을 줄줄이 걸어놨으니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왔듯이 그 어떤 것도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와 관계없이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보석 허용과 그것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은 그 자체로 이 사건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면입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