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열사 친형 "동생 명예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
유족 첫 공개 발언… 건설노조 "모든 것 걸고 투쟁
"38차 촛불대행진, 양회동 열사 빈소까지 도심 행진
건설노조-촛불시민 만나 "윤석열 퇴진" 한 목소리
"윤석열 정권 붕괴 기정사실… 조기 퇴진 위해 연대"
기시다 방한 앞두고 한미일 3각 동맹 움직임 우려도
"저는 양회동 열사의 형입니다. 제가 오늘 제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동생은 두 아이의 아빠로서 한평생 양심 있고 진실되게 살아온 한 노동자였습니다. 제 동생은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을 뿐, 개인적인 이득은 결코 취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으면서 함께 일하는 세상을 꿈꿔왔습니다. 제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였습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제 동생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故) 양회동 열사의 형 양회선 씨의 발언이다. 양 씨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촛불문화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양 열사가 숨진 뒤 유가족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500명의 전국민주노동조합 총 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끝까지 싸워달라"는 양 씨의 발언에 박수를 보내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 4일 윤석열 정권 퇴진과 총파업 총력 투쟁을 결의한 건설노조는 이날 촛불문화제를 통해 다시 한번 '투쟁 목표'를 확인했다. 추모 대표발언을 맡은 건설노조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전 국민 대부분인 노동자들이 아니라 몇 퍼센트 되지 않는 자본가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영업사원 1호 윤석열, 그를 퇴진하는 데 모든 전력을 다 해달라고 (양 열사가) 저희들에게 명령하고 가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에게 "건설 자본의 사주를 받고 우리 동지들을 파렴치범으로, 협박범으로, 강요범으로, 그리고 공갈범으로, 갈취범으로 매도하고, 1000명이 넘는 동지들을 수사하고 구속시키고, 양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겠다"며 "이 모든 것을 설계하고 지시하고 만들려고 했던, '건폭'이라는 말로 우리 건설 노동자들을 폄하했던,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해서 건설노조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일본 나카마 유니온 이데쿠보 케이이치 위원장은 먼저 "이 자리를 빌려 동지 여러분들께 추도의 마음을 표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대해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먼저 가신 우리 동지는 그야말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에 의해서 희생되셨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데쿠보 위원장은 "일본에서도 자본가와 결탁한 자민당 정권에 의한 심각한 노조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오사카 등지에서 활동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간사이 레미콘 지부에 대한 너무나도 이상한 형사적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당한 파업과 단체교섭이 위력적 업무방해, 강요죄 등 말도 안 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렇게 해서 2018년부터 89명의 조합원, 노조 관계자들이 체포당하거나 조사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많은 시민들의 노조 연대투쟁으로 인해서 유죄받은 조합원들도 오사카 고등지방법원에서 다시 무죄 판결을 쟁취하는 역전 승리를 이뤄냈다. 부당한 노조 탄압에 대해서 저희는 절대 굴하지도 않을 것이고 패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먼저 가신 분의 죽음을 우리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그 슬픔을 뛰어넘어서 노조 탄압을 분쇄할 때까지 끝까지 한일이 함께 연대해서 투쟁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외쳤다.
"촛불과 노동자 연대 단결로, 정권 조기 퇴진"
이날 건설노조가 주최한 촛불문화제에는 시청역 앞에서 촛불을 들던 시민들도 대거 합류했다. 범진보진영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는 목표를 두고 구체적인 연대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건설노조 촛불문화제에 앞서 윤석열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오후 5시부터 서울지하철 시청역 7번 출구 앞 대로에서 제38차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약 5000명의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양 열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도심을 지나며 "국민이 죽어간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열사의 염원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행진을 마친 뒤 빈소를 조문하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촛불행동 권오혁 공동대표는 촛불문화제 연대발언을 통해 "작년 6월 30일 대통령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폭로된 적이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촛불단체와 노동자가 결합하면 광우병 촛불, 박근혜촛불 같은 촛불항쟁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결합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보고서 내용이었다"며 "양회동 열사의 헌신으로 드디어 촛불시민들과 노동자가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시민과 노동자들이 만났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의 붕괴는 기정사실이 됐다"며 "양 열사가 맺어준 촛불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로, 열사의 염원이었던 윤석열 정권을 조기에 무너뜨리자. 촛불행동도 열사의 유지를 지상명령으로 받들어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해서 총집결하겠다"라고 외쳤다. 조합원들과 촛불시민들은 '투쟁' 구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그에 앞서 진행된 촛불대행진 무대에서는 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의 연대 발언이 있었다. 송 부위원장은 "지금 용산은 김건희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고, 건설현장은 원희룡의 놀이터 된 지 오래고, 건설노조는 원희룡 출세의 발판 된 지 오래다"라며 "윤석열 정권은 말로는 공정,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송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오는 10일에 전국에서 간부들이 올라와서 퇴진에 앞장서기로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6~17일 서울 한복판에 올라와서 그날부로 윤석열을 끝장낼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송 부위원장은 촛불시민들과 함께 양 열사의 빈소까지 행진을 했다.
아울러 촛불대행진에서는 양 열사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시청역~숭례문 대로 사이에는 촛불행동 강릉지역 회원이었던 양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분향소를 설치했다. 배우 류성 씨는 양 열사의 유서를 낭독했으며, 성공회 부산교구 성요한 신부, 가수 백자와 기타리스트 신희준의 추모 공연, 시민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등도 있었다.
촛불행동 공동대표인 김민웅 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명백한 타살이고, 살인정권의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권은 이 나라 1%가 고용한 용역깡패들일뿐"이라며 "양 동지를 잃은 비통함에만 머물지 않겠다. 양 동지가 남긴 유지는 모두에게 확고한 결의다. 누구도 우리 앞길을 가로막지 못한다. 기필코 그 뜻을 이뤄내겠다"라고 외쳤다.
기시다 방한 앞두고 "한미일 군사동맹 우려"
이날 촛불대행진에서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북핵 위협에 3국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한미일 안보' 체계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촛불대행진 사전 대회에서 길거리 강연을 열고 "한미일 군사동맹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생각보다 이미 많이 진행됐다"며 "우리가 일본을 동맹국으로 가진다는 것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정부다. (윤석열 정부가) 우리 운명을 바꿀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전 원장은 "우리는 아직도 식민주의, 일본 제국주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 대결 사이에서 우리 민족을 전쟁과 비평화로 끌고 갈 수 있는 위험한 함정을 놓고 있다. 국민을 사지로 몰고 있다"며 "이 정부는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시민자유 발언에서 "한미일은 군사동맹화를 하고 그 너머 여러 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전쟁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윤석열이 떠드는 '힘에 의한 평화'는 미국,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명분만 그럴듯하게 안보를 내세우고 평화를 팔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군 출신이지만, 전쟁 연구를 했기 때문에 얼마나 위험하고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아무리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은 대통령이라도 안보와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정책을 계속하면 끌어내려야 한다. 국가 지도자 뽑기만 하고 그만두는 게 민주주의인가. 잘못하면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한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청계광장 파이낸스 빌딩 앞 계단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규탄촛불'을 열고, △대일역사문제 사죄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한일-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7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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