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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혹은 비인간적인…김대중부터 윤석열까지

by nboxs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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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혹은 비인간적인… 김대중부터 윤석열까지

 

단식으로 쓰러진 이재명 머리 쓰다듬은 문재인
"아내 버리란 말이냐!" 사자처럼 포효한 노무현
노무현의 죽음 앞에서 애처럼 통곡하던 김대중
참사 현장서 "많이 죽었다고 하네?"라던 윤석열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금수도 아니다.” 블레즈 파스칼이 남긴 말이다. 무슨 대단한 사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정도 말은 중학생 정도만 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파스칼의 사유가 돋보이는 것은 그 뒤에 있는 문장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한 일에 천사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면서도 금수처럼 행동한다.”

두 문장을 붙여보자.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금수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한 일에 천사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면서도 금수처럼 행동한다.” 파스칼의 이 잠언을 음미하다 보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대체로 위정자 특히 대통령은 대중 앞에서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악어 껍질보다 더 두껍고 딱딱한 가죽 안에 꼭꼭 숨겨둔다. 날것을 대중 앞에 쉽사리 내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막 잡힌 생선 같은 날것을 보여줄 때가 있다.

 

이재명 머리 쓰다듬은 문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입원해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았다. 병상에 누운 이 대표는 20일간 계속된 단식으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머리는 덜 자란 쑥대처럼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병실에 들어선 문 전 대통령은 말을 건네기도 전 이 대표의 손부터 잡았다. 그가 내민 손은 오른손이었다. 그리곤 막바로 왼손을 내밀어 이 대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1초나 될까 싶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이 대표의 나이는 60세, 문 전 대통령은 70세다. 나이가 더 많아도, 전직 대통령이어도, 설사 친동생이라도 이 대표가 머리 쓰다듬어줄 대상은 아니다. 결례였다.

그러나 아무도 문 전 대통령의 ‘돌출 행동’에 대해 시비 걸지 않았다. 쓰러져 누워 있는 한 인간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몸져누워 있을 때 부모가, 나이 많은 형이나 누이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던 기억을 한 조각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손길의 의미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떠날 때까지 이 대표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입이 아닌 손으로 나눈 말이 더 많았을 것이다.

 

‘애처럼 울던’ 김대중

한 노인이 그냥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의 죽음 앞에서 노인은 오열하고 통곡할 뿐이었다. 그렇게 울던 노인의 ‘노무현 추도사’는 이러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 그래야 우리가 인생을 살았던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같이 유쾌하고 용감하고, 그리고 탁월한 식견을 가진 그런 지도자와 한 시대를 같이했던 것을 나는 아주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저승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기어이 만나서 지금까지 하려다 못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동안 부디 저승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을 지켜주십시오.”

노무현 사후 김대중 대통령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노무현의 죽음 87일 만에 그의 곁으로 떠났다.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해방되던 해 실명을 하셔서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심판해 주십시오!”

그는 울부짖는 한 마리 사자 같았다. 2002년 4월 6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인천에서 했던 연설은 포효였다. 경쟁자였던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 장인의 좌익 전력을 문제 삼아 공격하자 나온 연설이다. 이 연설을 기점으로 ‘이인제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인제는 결국 좌초했다.

노무현의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정면돌파니 뭐니 하는 신문 기사의 분석은 부질없다. 노무현은 그때 자신이 한 여자의 남편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한 인간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하네?”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근데 여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저지대다 보니까 도림천 범람이 되면 바로 여기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구나.”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이 되더라고.”

지난해 8월 10일 침수 피해로 세 모녀가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었다. 대통령실은 이 장면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홍보에 활용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과 카드뉴스에 기겁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참극의 신림동 반지하방 현장에서 찍어 올린 대통령실 홍보 사진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라고 했다.

얼마 뒤인 지난해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또 말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하네?”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 뒤로도.

 

출처: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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