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바칠 용기 없는 윤석열…"이태원 추모 불참"
민주당 공동개최도 아닌데 민주당 때문에 불참
유가족 처음부터 추모에 여야 없다고 했는데도
대통령실, 순수 추모대회를 '정치집회'로 매도
유가족, 또 윤석열 초청…"옆자리 비워두겠다"
"국가 차원의 추모제를 주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준비한 시민추모대회 자리에 와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 달라"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꽃 한 송이 올릴 용기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오는 29일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유가족의 '정중한 초청'에도 대통령이 추모대회 참석을 거부한 것은 추모대회가 '정치 집회'라는 이유에서였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추모대회 불참을 밝히며, 그 배경에 대해 "유가족들이 마련한 추모 행사로 생각했는데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뿐 아니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불참한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불참 이유를 야당에서 찾는 것인데, 이는 대통령 자신이 최근 '국민소통'을 언급한 것과도 어긋날 뿐 아니라, 설명의 선후관계나 사실관계가 틀려도 한참은 틀렸다. 결국,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해석밖에 나오지 않는다.
애초 유가족이 '시민추모대회' 형식으로 개최한 것은 참사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1주기를 앞두고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메시지도 내지 않아서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유가족과 시민이 직접 추모대회를 연 것이고, 뜻있는 개인·단체가 참여하는 것이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8일 대통령실에 '초청장'을 전달하면서 "정부는 안전과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며 1주기 추모제를 정부 차원에서 열어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메시지도 없는 무심함에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이 공동주최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당초 유가족은 시민추모대회를 서울광장에서 열려고 했으나 무산되면서 바로 옆 세종대로에서 열게 됐고, 이 때문에 경찰과 지자체의 협조를 담보하기 위해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에 공동주최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서울광장 사용 신청이 수리되면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주기 추모대회를 야 4당 공동주최가 아닌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가 직접 공동주최하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각 정당도 유가족의 결정을 존중한다 뜻을 전했다. 야당 공동주최가 아니므로 대통령실의 설명은 불참 명분이 되지 못한다.
진정으로 참사 1주기를 추모할 뜻이 있다면 얼마든지 대통령실과 정부가 나서서 행사 준비를 돕고,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는 문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방적으로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유가족의 뜻도 묻지 않고 영종도 위패도 없는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유가족이 아닌 언론에 먼저 유가족 지원 절차를 설명하고 이를 통보하는 식이었다.
정부가 참사 초기에 거의 일방적으로 대응했던 전례를 고려해 보면, 애초에 1주기 추모 의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야당 탓을 하며 거부 통보하는 것은 초청장을 정중하게 전달한 유가족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게다가 이번 추모대회의 본질은 '진정한 추모'를 통해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진상규명도 하지 못한 정부가 반성은커녕 순수한 추모대회를 '정치집회'라고 제멋대로 규정하며 '프레임'을 거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다.
오히려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참사 1주기 집중선포기간을 선포하면서 추모와 진상규명에 여야가 없음을 명백하게 밝혔다. 또한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애도"라며,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추모에 동참해 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아직도 유가족들은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도 모르고 있다. 지난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진상규명과제 보고회에서 밝힌 진상규명 과제만 30개이고, 세부 과제로 넓히면 173개에 이른다.
유가족이 지난 1년간 수차례의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 없는 대통령을 추모대회에 초청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일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그 시작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이고, 여기에 대통령도 뜻을 같이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추모대회 불참 결정이 알려지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돼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거나 시행령을 통해 형해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그렇지만 유가족은 또다시 대통령을 정중하게 초청했다. 그만큼 유가족의 바람은 절박하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에게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은 그 어떤 구분의 기준도 아니"라며 "진정으로 함께 슬퍼하고 참사의 진실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찾아가는 길에 동행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함께 손잡고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의 거부에도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을 10월 29일 일요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정중하게 초청한다"면서 "유가족들 옆자리를 비워 두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는 정치의 공간이 아니"라며 "이 자리에 초청된 여야 정치인들께도 순수하게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과 생존피해자들 그리고 이 참담한 참사의 충격을 아직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일에만 집중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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