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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작동중단 없었다…산케이도 만족한 회담결과 (출처:민들레)

by 가온샘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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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작동중단 없었다… 산케이도 만족한 회담결과

 

수출규제에도 미국이 정상작동 압박
한일정상회담도 미국이 각본 연출
산케이, 아사히 등 우익언론도 만족
새로운 문제들의 발화 예고하는 시작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산케이> 신문의 최종 평가는, “기시다 정권이 이번에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이 정책수행력을 지니고 있는 동안에만 통할 수 있는 한시적인 겉보기만의 ‘관계개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방일로 양국 관계가 눈 녹듯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마냥 기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 <산케이>는 질타했다.

흔히 일본 극우신문으로 통하는 이 신문의 이런 주장의 근거와 논리는 물론 전혀 사실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완전히 뒤집혀 있지만, 그 결론만큼은 경청할 만하다.

한국해군 레이저빔 문제삼은 <산케이>

이 신문의 3월 17일 ‘주장’(사설)은 일본 쪽의 그런 ‘안이한 생각’을 드러내는 사례로 “일본해(동해)에서 한국해군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레이더를 쏜(照射)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을 두 정상이 공동회견에서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면서, “그러니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난데없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해군 구축함 레이저 발사사건이란,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 구조 활동을 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해양경찰 소속 삼봉함(삼봉급 5001함)을 향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 대잠초계기가 정찰 비행을 하던 중 광개토대왕함이 저공비행을 하며 다가오던 P-1 대잠초계기를 향해 STIR-180 레이더를 쏜 사건이다. 이 사건 뒤 일본은 별 대응이 없다가 나중에야 한국해군의 레이저빔 발사가 매우 위험한 도발적 행위이니 사과하라고 요구하며 문제로 삼았다. 당시 찍힌 동영상을 보면 저공비행으로 위협하듯 다가온 것은 일본 초계기였고 한국해군의 대응은 그에 대한 정당방위에 가까운 것으로 보였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날 수 없는) 이 문제를 <산케이>가 문제삼은 것은, 따져볼 것도 없이 그 사건에서 잘못한 쪽은 한국해군이니까 한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공식사과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달리 문제삼을 게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회담

산케이가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아마도 달리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한일 간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현안들이 많았음에도 다른 것들은 문제 삼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다 해소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제삼자 변제'의 구상권문제, 일본에 대한 한국의 WTO 제소 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심지어 독도(다케시마) 문제 등 <산케이>가 트집 잡을 만한 현안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미 ‘깔끔하게’, 일본 쪽이 이의제기를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해결(?)해 버렸기 때문이다.

<산케이>가 그런 현안들을 문제삼지 않고 다 잊혀 가던 한국해군 레이저빔 발사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한국정부가 제시한 다른 현안들 ‘해결책’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따라서 산케이가 못마땅해한 것은, 하는 김에 한국해군 레이저빔 발사문제도 깨끗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공식사과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한국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산케이>의 적반하장 격 주장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한국 쪽이 사실을 왜곡하며 비판하면, 일본 쪽은 ‘적당주의’로 머리를 숙이고 수습하려 한다. 이런 불건전한 관계는 이번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잘못한 게 없는데 과거의 사죄표명을 일본 쪽이 확인하는 나쁜 전례를 만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실은 사죄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선언에 기대면서 거기에도 나오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말조차 언급하지 않고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것마저도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가 원천적으로 불법이었음을 명기하고 사죄와 배상을 명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피해 가기 위한 편법이었다.

<산케이>만 그럴까?

한국사람들에겐 기상천외한 외계인 주장처럼 들릴 이런 <산케이>의 주장과 논리전개가 일본인 일반의 인식과 동떨어진 ‘극우’ <산케이>만의 이질적인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일 수 있다. 그것이 일본 현실이다.

방일 직전 일본쪽 요구를 전면 수용한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으로 여러 지면을 도배질한 일본 최대의 발생부수를 자랑하는 또 다른 우익신문 <요미우리신문>의 기사를 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도 문제는 한국에 있는 것이지 일본에는 없다. 따라서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하는 쪽도 한국이며, 마침내 윤석열 정부가 등장해 그 어렵지만 옳은 일, 의로운 일을 해냈다고 그 신문은 환호하고 칭찬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뒤집힌 이런 한일관계의 전도된 일반적인 현실을 <산케이>는 역설적으로 더 극적으로, 극단적으로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매체일 뿐이다.

본질을 피해가기 위한 ‘반일’ 논리

<산케이>는 17일의 ‘주장’에서 한일관계가 “전후 최악”이 된 이유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소송과 관련해 “잘못한 일 없는(無實) 일본기업에게 배상을 명한” 문재인 정권 시절의 한국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법령에 따라 “임금도 지불한 근로동원에 지나지 않는 징용공에 대한 배상은 있을 수 없다”면서, 기시다 정권이 이 점을 분명히 못 박지 않는 바람에 마치 “일본이 무도했다는 잘못된 인상을 (나라) 안팎에 퍼뜨렸을 것”이라며 불평했다.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사실을 뒤집어버린 이런 산케이류의 일본 우익논리를 비판하면, 일본 매체들은 이를 ‘반일’로 몰아간다. 일제의 구체적인 전쟁범죄나 불법만행에 대한 비판이나 사죄, 배상을 왜곡된 민족주의에서 나온 ‘반일’로 몰아붙이면서 문제의 본질을 피해 간다. 인권유린이나 수탈을 시인하고 바로잡으라는 요구를 ‘반일’로 몰아감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회피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도덕적 죄책감에서 해방된다.

 

구체안 없는 공허한 주문과 안보논리

같은 날 <아사히신문>의 사설은 물론 <산케이>와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예컨대 “낙관은 금물”이라면서도 아사히의 사설은 “반도체 생산 등 각자가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서로 대항할 것이 아니라, 협동한다. 그런 새 차원의 관계를 다방면에서 추구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또 “단순한 관계회복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한일의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기를 바란다”고도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선의의 주문만 있을 뿐,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얘기가 없다. 일본이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들이 빠져버린 이런 주문은, 나쁘게 보면 결국 한국이 잘못했으니 한국이 최종 해결책까지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오사카 지방을 주무대로 한 대표적인 일본 우익정당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중의원 의원)가 16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서로의 목에 뼈(가시)가 박혀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오늘 정상회담에서 그 뼈를 빼내고 소통이 잘 되는 사귐, 정말로 상호이해가 깊어지는 교제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아사히> 3월 16일)

여기에도 주문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 ‘서로의 목에 뼈가 있다’고 한 부분이 제법 공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일본유신회의 평소 한일관계와 관련한 인식 수준은 <산케이>의 그것을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바바 노부유키 대표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일본과 한국이 다투면 중국, 북조선(북한), 러시아의 뜻대로 분단돼 간다. 역시 작금 동아시아 정세를 생각할 때 한미일이 단단히 스크럼을 짜서 안전보장 대책을 세워가는 것이 긴요하다.”

한일의 무조건적인 화해와 결속이 선임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 안보논리가 깔려 있다. 이 안보논리의 기본구도가 이른바 북중러 북방 삼각동맹과 한미일의 남방 삼각공조 내지 삼각동맹의 대립이다. 한반도의 분단과 민족해체를 전제로 한 이 안보논리의 주창자이자 최대 수혜자가 미국이고 일본이다. 남방동맹의 주적이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그 기본구도는 2차 세계대전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남방 삼각동맹의 자발적인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선언했다.

일본이 가장 환호하고 안도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일본 보수우익 주류세력은 한국이 일본이 아니라 동족인 북한 쪽과의 대화나 협상을 중시하면서 일본과 거리를 두는 것을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여긴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화 이후 남북대화가 본격화하자 일본 보수우익은 그런 한국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조차 느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일본 보수우익이 한국에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진보세력이 집권할 때마다 거의 '좌파' 과민 히스테리에 가까운 거부반응을 보여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의 등장이 그들에겐 축복일 수 있다.

 

GSOMIA 효력 정지된 적 없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관련해,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한반도 담당)은 16일 ‘한일 정상회담, 관계개선을 확인, 셔틀외교 재개, 경제안보협의도’라는 제목을 단 기사에 대한 논평에서, 문재인 정권 때 ‘효력정지’시킨 GSOMIA가 사실은 전혀 문제없이 정상 작동돼 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확실히 문재인 전 정권이 GSOMIA 파기를 통고했을 때는 일시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됐다. 하지만 이 (파기) 표명에 대해서는 미국 쪽이 거세게 반응해서, 한일이 아니라 오히려 한미 문제로 발전했기 때문에 문 정권은 맥없이 통고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경위로 보건대 한국정부는 사실상 한일관계에 큰 문제가 있어도 다시 파기를 선언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 일본정부와 한국군 관계자도 GSOMIA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어서 특단의 지장은 생기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문 정권 때의 파기 표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상화를 명언(明言)하는 것이 관계 개선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하코다 위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GSOMIA ‘정상화’라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초점 가운데 하나인 GSOMIA 파기 선언과 ‘효력 정지’ 설이 ‘국민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사기극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건 미국이고, 한국과 일본은 배우로 연기를 했다.

이는 결국 한일 정상회담과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의 등장 이래 1년에 걸친 한일관계 정상화, 복원, 유착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성자와 연출자 역시 미국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 준다.

 

한일회담, 미국이 각본 연출한 새로운 시작

<산케이> 신문은 이번의 한일관계 ‘복원’이 일시적인 겉보기만의 개선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잘못을 범한 한국이 진실을 제대로 밝히고 사죄하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간 것을 일본이 적당주의로 봐주며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물론 언어도단이지만,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 것이 이제까지 한일관계의 근본문제라는 점에서 <산케이>의 주장은 진단도 처방도 전혀 맞지 않은, 오히려 진실을 거꾸로 뒤집은 반진실에 가까운 것이지만, 근본원인의 일면을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진실을 뒤집은 반진실의 거짓, 일본이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가 불법이었음을 제대로 밝힌 뒤 사죄, 배상하지 않고 ‘적당주의’로 땜질하면서 지나온 것이 한일 간 과거사 문제의 핵심이라면, 그렇게 만든 책임의 상당 부분은 그런 일본을 두둔해 온 미국에 있다는 사실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사상최악이라던 한일관계의 매듭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들의 발화를 예고하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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