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도청] '국익'이란 무엇인가… 정부 '아무 말 대잔치'
말 바꾸기와 발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수준
기상천외한 '악의' 타령 여전… 궤변도 업그레이드
문건 유출자 체포로 '위조' 아닌 '진본' 명확해져
대통령실 "언론은 국익 생각해야" 가당찮은 훈계
언론은 '국민의 이익'에 복무, 진실 보도가 사명
'날리면 시즌2' 시도… 남 탓만 하다 사태 악화시켜
용산 대통령실이 국민들을 상대로 현란한 말장난을 벌이고 있다.
당초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이고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더니,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을 대거 유출한 범인이 잡히자 이제는 "정부도 확정하지 않았다"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잡아떼기로 돌변했다. 극단적 말 바꾸기와 발뺌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수준이다.
기상천외한 '악의' 타령도 여전했다. 미국의 도청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도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급기야 "언론도 국익을 먼저 생각해 보도해야 한다"는 가당치 않은 훈계까지 꺼냈다. 언론은 '정부(통치자)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 즉 진실에만 복무한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상식이다.
미국 법무부는 13일(현지시간) 자동 소총 등으로 무장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장갑차, 정찰 헬기까지 동원한 대대적 체포 작전 끝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 테세이라는 기밀 문건이 처음 유출된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의 대화방 운영자다.
테세이라는 20~30명이 가입한 채팅방의 '방장'으로 활동하며 몇 달간 350건 안팎의 기밀문서 사진을 이 방에 올렸고, 그중 많은 자료가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으로 퍼졌다. 그렇게 외부로 유포되는 과정에서 숫자 등 원본 내용 일부가 조금씩 변조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 유출 사태를 최초 보도했던 뉴욕타임스는 "이번 기밀 유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모든 당사자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의 정보 수집에 잠재적인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도 "미국이 동맹국과 적국 모두를 염탐하고 있다는 폭로로 워싱턴에서부터 키이우, 서울까지 뒤흔든 기밀문서의 유출과 관련한 군인이 체포됐다"며 "이번 일로 동맹과 적 모두에 대한 스파이 활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민감한 군사 정보까지 노출됐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타전했다.
이로써 '시긴트(SIGINT : 각종 전자장비를 활용해 통신 등을 도·감청해서 얻은 정보)' 표시가 된 해당 문건들은 대통령실 주장처럼 '위조'된 게 아니라 미군 내부에서 유출된 자료임이 명확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제3 국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음모론을 제기해 왔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 차장도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삼자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라고 했지만, 이젠 러시아를 비롯한 '제3 국'의 조작 가능성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 도청 문건 등이 담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만들고),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을 정치권과 언론이 자세히 다루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또 병적인 '남 탓'에 발동을 건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언론의 자유라는 게 늘 국익과 일치하지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국 1급 기밀 도청이 미국엔 국익일지 몰라도 대한민국은 거꾸로 국익과 주권을 침해당한 처지인데 논리도 없고 맥락도 알 수 없는 주장을 횡설수설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한 매국적 발상이거나, 윤석열 정권의 이익을 곧 국익으로 간주한 심대한 착각의 소산인 것으로 보인다. 자국의 이익에 충실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무조건적 양보와 퍼주기로 굴종외교의 극한을 시전 하는 한편, 분별없는 반중 정책 등으로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포함해 끝 모를 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국익'을 운운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측면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해 큰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당시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해서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인데 한 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라고 언론 탓을 했다.
그러면서 해명이라고 내놓은 게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주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지난해 11월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특정 언론사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치졸한 조치를 합리화했다.
그러나 '국익 자해 행위'니 '가짜뉴스'라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 선동에 불과했다. 문제의 발언은 '날리면'이 아니라 실제로 '바이든'으로 들리는 데다 "이 XX들이" "쪽팔려서"라는 비속어 대목은 더욱 분명하게 식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MBC뿐만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과 TV조선을 비롯한 종편들도 자체 판단에 따라 똑같은 자막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보냈던 것이다.
이번 도청 파문에 대한 언론 보도(그나마 대다수 친윤 보수매체들은 사안을 축소‧왜곡하는 보도에 급급했다)를 두고 대통령실이 또다시 '국익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은 '날리면 시즌 2'를 시도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국익 훼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행태는 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할 때 구사하는 대표적인 수법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기준 및 윤리'에 있는 '국익'에 관한 규정처럼 "연방 공무원이 국가 이익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진정한 국가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정권에 상관없이 '진실 보도'가 사명이고 그것이 저널리즘의 본령이다. 이를 무시하거나 망각한 채 정권의 프로파간다 노릇에 충실한 언론은 사이비일 따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밖에도 브리핑에서 "아직 전체적인 실상이 파악된 것 같지 않고 그 가운데 한국 관련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 그 안에서도 공개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그 정확성에 대해선 계속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미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금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오전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에서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 관련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을 알려드린다"며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라고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게 공언한 바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 차장도 '미국 측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할 게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라고 다른 여지를 두지 않았다.
미국 정부 측 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고사하고, 뉴욕타임스를 선두로 미국 언론들이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낸 지 불과 이틀 만에 확고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는 이제 와서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이 임박한 탓에 앞뒤 없이 덮어놓고 '미국 정부 변호인' 역할에만 혈안이 돼 있다가 생각보다 빨리 문건 유출자가 체포되자 스텝이 완전히 꼬인 모양새다.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 역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감청이 없었다고 정부가 확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도 확정하지 않았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아직 알 수 없다.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서 위조설'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엔 "많은 부분은 시간이 걸려서 미국이 알아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발을 뺐다.
이 고위 당국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 차장의 '악의' 언급에 대해서는 "미국이 우리를 도·감청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얘기"라며 "현재까지 악의적 행동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는 얘기였다"라고 뜬구름 잡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미국 정부가 "솔직히 우리가 도청했다"라고 공표하기 전까지는 도청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애초에 미국 유수 언론을 통해 도청 파문이 터졌을 때 윤석열 정부가 최소한의 항의 또는 유감 입장이라도 표시하고 미국 정부에 형식적으로나마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하진 않았을 것이다. 억지와 모순으로 점철된 '야당 탓' '언론 탓'만 고집하다 보니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일이 더 커지면서 갈수록 '아무 말 대잔치'로 흐르는 양상이다. 이날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레임덕' 수준인 20%대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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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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